오렌지로망스 ✿


  안녕 캐롤린, 주황색 카디건에 팔을 넣는다. 친밀한 소동처럼 투정부리며 너는 오늘도 접시를 던졌지. 나는 네가 겨냥하는 곳에 서서 깨지고 싶었어. 첫 번째 접시와 두 번째 접시가 빗나갔을 때 너는 피하지 않는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지. 세 번째 접시와 네 번째 접시가 복사뼈와 종아리에 부딪혔어. 너는 울먹이며 말했지. 접시가 날아올 땐 식탁 아래로 몸을 감추라고. 알고 있잖아 캐롤린, 숨을 수 있는 곳은 너무 빤해. 소파 뒤거나, 닫히려는 문과 열리려는 문 사이라는 걸.
  네가 던진 다섯 번째 접시가 날아온다. 네 손을 떠난 것을 의심하느라 캐롤린. 내 오른쪽 광대뼈에서 흐르는 걸 닦지 말자, 캐롤린, 두 장의 접시가 남아있어. 자꾸만 자라나는 송곳니를 감추며 어떤 접시에 코를 박고 그것을 핥았었을까.
  한 방에서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동시에 커질 때, 선반 위의 그릇들은 잘게 깨지고. 내밀었던 등을 세우고 다독였던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안녕 캐롤린, 수첩을 넘기다 네가 남긴 낙서를 본다. 우리는 가장 은밀한 시간에조차 공공연하지. 들키기 위해 거짓말하는 아이처럼. 머리를 묶으며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너의 손가락을 생각한다.


  캐롤린, 겹쳐지던 손금들을.


  <외출 직전, 심지아>


The Importance of Being Idle